나기는 자신을 잘 몰랐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신받으며 잘 살고 싶었다. 그래서 눈치를 보면서 사람들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하다가 결국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나기의 휴식은 시작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기의 휴식은 성공적이었다. 여름 한철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을 수 있는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그것으로 인해 그녀는 해방된다. 아주 효율적인 휴식이다.
휴식의 시작과 끝은 직장이 있느냐, 백수이냐 로 구분된다. 하지만 직장이 있어도 마음이 휴식상태라면 어떨까?
휴식의 의미가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의 시작과 그것을 완화하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율하는 것이라면 나는 벌써 몇년째 휴식중인가.
나로부터의 휴식. 그건 때때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간이 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동안 재회할 수 없을지 모른다. 잃어버린 나를 찾겠다는 생각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죄책감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좋은 구실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걸까.
이 모든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꼬여버린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는대로 실행에 옮기자면, 마음은 그냥 두고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야겠지.
그러다보면 이탈한 마음이 제 궤도에 오를거란 믿음으로.
그래서 나는 번역을 하고 논문을 쓰(려고하)ㄴ다.
그것이 멈추어 있는 나를 다시 움직일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없지 않다. 그러니까 제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