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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

어색한 교수 역할도 이번 학기는 오늘이 끝. 마지막 동영상을 녹화하고 올리고 나니 긴장이 풀린다. 

과제물은 재미있게 하려고 했으나 학생들에겐 복잡하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연구 프로젝트는 2차년도에 접어들었다. 낌새로 봐서는 새로운 팀별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아직 아무런 공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팀 변경을 요청했는데 중간에서 전달하기로 한 사람이 무슨 이유에선지 전달을 하지 않아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편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내가 처음에 선택한 팀이 인기가 없어서 인력이 아쉬운 탓에 쉽게 바꾸어주지 않으려는 운영진의 생각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팀 편성에 큰 불만이 없다. 나는 이것이 혼란스럽다 

나만 옹졸하고 눈치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상황이 바뀌어 오프라인 모임이 이뤄질 날이 두렵다. 그들과 나 사이에 느껴지던 거리감에 안개까지 드리워진 기분이다. 

재택 연구원의 삶은 고독하지만 편하다. 사람들과 엮일 일이 최소한으로 줄어드니까, 갈등이 일어날 기회 자체가 적다.

하지만 이렇게 최소한의 교류에서도 내 소심한 마음은 괴로워하고 있으니.

그다지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판에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다니 내 존재감이 이렇게 불안한 건가 또 한 번 확인을 한다. 용기 내어 존재하려는 노력이었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인지 그 요구가 거꾸로 내 존재를 불안하게 한다. 

 

<나의 눈부신 친구>의 주인공 엘레나는 스스로를 릴라의 그림자라고 여긴다. 릴라는 여성으로서 더 매력적이고 똑똑하며 자신의 힘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무엇을 취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단칼에 이루어진다. 후환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고, 후회도 없다. 그런 그녀에게 오히려 모든 것이 주어지는 느낌이다. 엘레나는 신중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 안에서 작은 것들에 깊이 고민하며 느리지만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다. 많은 것을 보고 듣지만, 그것을 손에 쥐지는 못한다. 아는 게 많아지는 만큼, 삶은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 같다.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하지만 릴라는 보면 하늘은 도움받을 운명인 자를 돕는 것 같다. 내 삶의 릴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니노를 떠올린다. 어김없이 니노는 릴라를 사랑한다. 엘레나를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성으로 따질 수 없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릴라를 향한다. 내 삶의 니노의 마음도 늘 릴라를 향했다. 그걸 알면서, 옆에서 보면서도 니노에 대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어서 그런 역할마저도 받아들인다. 그렇게라도 그의 삶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아예 분리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런 엘레나는 보면서 치밀어 오르던 화는 나 자신에 대한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겠지. 나 또한 차선으로라도 누군가의, 무언가의 곁에 머무르기 위해 얼마나 내 마음을 다독이고 무시했는가.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군가의 최선이라는 생각이 생소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느낌은 떠올릴 수 없다. 내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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