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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대차; 를 읽으며

2020년 7월 30일 낫저스트북스에서 작가의 여러 책 가운데 고른 책.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이후 두번째 책을 통해 작가를 다시 만나려 한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내용들을 여기에 적는다.  

 

"인류에 길이 남을 책 딱 한 편만 쓰고 죽어."

내게 문학을 가르친 교수가 한 말이다. 스물의 나는 왜 저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정말 저대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나도 좋은 작품을 써서 길이 남기고 싶지. 그게 싫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저 말이 문학을 얼마나 높고 먼 곳에 올려놓았는지 저 말을 사용하고 퍼뜨린 작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보다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 살아보니 나는 알겠는데. 글로써 사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일상도, 쓰고자 하는 마음도 모두 다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84쪽)

 

작가의 '문학' 대신에 나의 대학원 과정을 넣어보게 된다. 물론 나의 교수님들이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신 적은 없고, 그것을 학문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신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나에게 그것이 의미 있었던 것에서부터 나의 공부가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공부가 나에게 의미있는 지점에 대한 생각은 나만의 개인적인 감회일 뿐, 그곳에서 나의 공부가 시작된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자질 부족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해야하는 것을 차근차근 소화해나가는 것이 학자의 바람직한 모습이지, 자신의 경험에 인상적인 부분들의 의미를 파고들어가 거기에서 느끼는 감동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느낀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것도 점점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에는 충분히 논리적이지 못하며, 사람들의 지식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감정적인 토로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말로 이루어지는 단체 학문 활동에서 침묵을 할 수는 없으니, 내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대사를 읊는 습관이 생겼다. 그 대사라는 것은, 내가 듣기에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것을 모방하여 내가 하려는 말을 맞춰 하는 것이다. 대사를 읊고 난 뒤 나는 공허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다. 그래서인가 그런 자리에 참석한 뒤에는 어김없이 두통이 생기고 열이 치밀었다. 먹는대로 체했다. 걸린 것을 토해내고 나서야 속이 조금 편안해졌다. 하지 못한 말들, 눌러놓았던 내 진심이 그런 식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교수가 되어 너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도록 해." 

이것이 선생님들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이다. 학문을 잇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 기존에 축적된 지식을 충실하게 습득한 뒤, 그것에 균열을 내어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 학문은 개인보다 크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라는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것은 공공의 학문을 방해하는 것이다. 개인은 그녀가 몸담고 있는 학문에 자신을 녹여내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모습니다. 

나는 공부가 어떻게 나에게 다가왔는지, 내가 책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책을 통해 만난 세상이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학문에 봉사하기에 나는 너무 개인주의적이다. 나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마음에 더 걸맞는 삶인 듯하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의 경로를 벗어날 준비를 한다. 작가가 도서관을 그만두려고 할 때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미리 인사한다. 안녕, 안녕히.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저는 저의 길을 홀로, 외로이, 그러나 진심을 다해 가겠습니다. 더 이상 대사를 짜내어 읊어내는 일을 업으로 삼지 않으려 합니다. 애시당초 그런 마음은 없었지만, 나는 홀로 가야하는 길이 두려워서, 그 일이 나에게 맞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나에게 맞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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