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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자책왕, 쓰기의 목적 / 강민선

"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 중에 마음이 힘들지 않은 날은 한 손에 꼽힌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사람을 만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나 자신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꾸만 진짜 내가 아닌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고, 그게 아니라 타인과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대체 어느 게 진짜 나인지 나도 잘 모르겠고, 어느 게 진짜이고 가짜인지 헷갈리는 것도 골치 아프다. 그런 걸 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혼자 있으면 그럴 일이 없으니 혼자 있는 게 더 나았다."

 

내 생각을 옮긴 것 같아서 마음에 남았던 구절. 타인을 만나고, 그것도 여러 명의 타인으로 이루어진 집단 속에 나 자신을 노출시킨 채 몇 시간을 지내다 오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취했던 조치들-말 아끼기, 눈 안 마주치기, 또는 기분에 따라서는 영혼없이 상황에 적절한 리액션 해버리기 등-이 무색하게 내가 으스러져 없어진 기분이 든다. 내 존재가 부정당한 느낌이 나를 꽉 채운다. 그럴 때면 내가 그렇게 느꼈을 만한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 나와 상대방을 분석하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환대받지 못했다는 기분, 그리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 초라한 감정 뿐이다. 때로 그럴싸한 이유를 찾으면 내 슬픔을 분노로 전환시켜보지만, 다시 슬픔으로 고여 수심만 깊어질 따름이다. 여러 책을 통해서 그런 나의 감정이 나 스스로 나에 대한 불만 또는 자신감 부족, 낮은 자존감 등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글쎄...내가 나의 지금 모습이, 나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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